아웃복싱이란 이전에 다루었던 인파이팅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동작이라기보다는 경기 운영 스타일에 가깝다. 아웃복싱은 상대방과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확한 타이밍과 속도로 상대방을 타격하면서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따라서 오늘은 아웃복싱 스타일의 기본 원리와 주요 동작을 알아보고 대표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기본 원리
아웃복싱의 기본원리는 거리 유지이다. 상대방과의 적절한 거리가 유지되면 여러 가지 방어적 이점을 가질 수 있다. 상대방의 주먹이 멀리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고 대비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진다. 또한 내가 쉬고자 하는 순간에는 더욱 거리를 벌려서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등 싸움의 템포를 여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상대가 나보다 리치가 짧은 경우 내가 유지하는 거리보다 더욱 가까운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 나한테 반격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아웃복서들은 체중 대비 자신의 신장이 큰 편에 속한다. 큰 키와 신장을 활용해서 상대방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적당히 타격하고 자신이 받는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이다. 거리 유지를 위해서는 가드와 스텝을 주로 사용할 수 있다. 가드의 경우 이전에 설명했던 하이가드 스타일과는 다르게 기본 가드, 크랩 가드, 노가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무게 중심이 높아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둔한 하이가드에 비해 제일 기본적으로 배우는 가드의 형태인 기본 가드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매우 단단하지는 않지만 앞손을 내밀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직선적인 공격과 시야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크랩 가드의 경우, 메이웨더 선수가 주로 사용하며 뒷손은 턱에 붙이고 앞손은 내려서 바디를 가리는 형태의 가드이다. 이 가드의 경우 상체와 하체의 공격을 밸런스 있게 방어할 수 있으며 빠른 카운터 펀치를 구사할 수 있다. 또한 몸을 상대방에게 비스듬하게 세우고 있기 때문에 일부 공격들은 어깨의 움직임으로도 막아낼 수 있으며 이는 숄더롤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노가드의 경우, 매우 위험하다는 단점이 크게 존재하지만, 본인의 스텝과 동체시력이 충분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잘 파악한 숙련된 선수라면 잘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가드이다. 두 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움직임이 매우 빠르고 변화무쌍하여 상대방이 당황할 수 있다. 또한 만화나 영화 같은 장면을 많이 연출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스텝의 경우는 상대방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백스텝, 사이드 스텝을 적극 활용하면서 움직이게 된다.
주요 동작
이러한 아웃복싱 스타일을 구사하면 다음의 동작들을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먼저, 카운터 스트레이트이다. 상대방과의 거리가 먼 상태에서 상대방이 들어오려 하거나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면 나는 이에 침착하게 대응한 뒤, 빠르게 카운터 펀치를 날리면 된다. 이 경우 상대방의 추진력과 나의 펀치가 반대 방향에서 충돌하기 때문에 작은 힘으로도 큰 충격을 입힐 수 있다. 또한 앞서 설명한 크랩가드의 경우, 몸을 많이 돌리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카운터 펀치의 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카운터 펀치가 빠르고 강력한 선수를 상대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이렇게 될 경우 나는 내가 원하는 거리에서 상대방을 마음껏 공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이드 스텝이다. 사이드 스텝은 단순히 옆으로 움직이는 스텝이 있고, 상대방이 들어오는 힘을 역이용해서 밀고 나가는 사이드스텝이 있다. 단순한 스텝의 경우 계속 양 옆으로 움직이면서 상대방의 공격 타이밍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링 코너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복싱링의 경우, 사각형의 링을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네 꼭짓점 부분에 몰리게 되면 탈출하기 어렵다. 코너에서는 뒤로 물러설 수 없기 때문에 난타전이 무조건 발생할 수 있으며 상대방과 다르게 나의 선택지가 좁아지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아웃복서들은 상대방의 압박으로 코너에 몰리게 되는 순간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따라서 사이드 스텝으로 링을 빙빙 돌면서 상대방이 나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 없도록 유도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방이 직선적인 공격으로 빠르게 나에게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이 때는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코너에 몰릴 위험이 있다면 나는 체크훅이나 앞손을 활용해서 상대방의 상체를 운동 방향 쪽으로 더 밀어버리고 나는 옆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해서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되고, 상대방의 사이드에 위치하게 되면서 다음 연계 공격을 노려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 선수나 경기 운영을 보고 우리는 '아웃복싱을 한다'라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사례
아웃복싱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두 명의 선수를 들 수 있겠다. 한 명은 플로이드 메이웨더이다. 이 선수는 크랩가드를 주로 사용하며 아까 설명한 숄더롤로 유명한 선수이다. 고양이와 비슷한 동작과 반사 신경으로 상대방을 공격에 카운터 펀치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시그니처 포즈이다. 해당 선수는 원래 인파이팅 스타일을 주로 사용하던 선수이다. 그러나 인파이팅 스타일로 복싱을 많이 하다 보면은 뇌에 대미지가 누적되어 복싱을 오래 동안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또는 복싱을 그만둔 이후에 뇌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아웃복싱으로 스타일을 바꾸었고, 숄더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실제 경기에서 정타를 거의 맞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메이웨더는 경기가 지루하다는 불평을 듣기도 하지만 높은 효율성을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 50승 무패의 놀라운 전적을 보유하게 되었다. 빠른 카운터와 거리 유지 능력으로 상대방의 체력을 빼앗고 전략을 흩트린 다음에 필요할 때만 타격하기 때문에 40대가 넘은 지금의 몸상태로도 이전과 비슷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다른 한 명은 무하마드 알리이다. 이 선수는 복싱의 아이콘처럼 불리는 매우 유명한 선수이다. 빠른 스텝을 이용해서 헤비급의 무거운 몸무게에도 불구하고 나비처럼 움직일 수 있다. 덕분에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고 자신의 공격은 제대로 적중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조지 포먼은 매우 강력한 펀치력을 가진 선수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인데, 이 선수와의 경기에서 무하마드 알리는 상대방의 주먹을 흘려서 대미지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공격은 많이 성공하여 판정승을 할 수 있었다. 고도의 테크닉보다는 강력한 펀치력과 맷집을 활용하는 슬러거 스타일의 복싱 선수에게 이러한 아웃복싱 선수는 천적과 다름없다. 그러나 보통 수준의 아웃복싱으로는 한 번의 실수로 다운당할 수 있으니 복싱에서 무조건적인 것은 없다. 꾸준하게 자신의 스타일 연습하고 상대방을 분석하다 보면 메이웨더나 알리처럼 뛰어난 선수가 되는 길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까지는 복싱에서 주로 사용되는 두 가지 스타일인 인파이팅과 아웃복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아웃복싱은 한국 아마추어 복싱 경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많은 복싱장에서 이에 기초하여 초보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스타일을 배울 기회나 이러한 스타일의 상대를 만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아웃복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